경희대 태권도학과, 국내 첫 '무예도보통지 권법보' 실기 세미나 개최

232년 만에 몸으로 되살아난 조선의 맨손무예… 28세(勢) 전 과정 실연

 

문헌 번역 넘어 '실기 복원'으로… 경희대 권법연구회, 3일간 28세 해제

 

경희대학교 체육대학 태권도학과가 조선시대 무예서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에 수록된 맨손무예 '권법보(拳法譜)'를 실기로 복원하는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경희대 태권도학과 권법연구회는 8월 6일부터 8일까지 사흘간 경희대학교에서 '제1회 무예도보통지 권법보(정조세) 세미나'를 개최했다. 첫날인 6일에는 국기원 노순명 이사장이 현장을 찾아 참가 학생들을 격려했다.

 

이번 세미나는 그동안 문헌 번역과 타 무술과의 비교 연구에 머물러 있던 권법보를, 실제 몸으로 수행 가능한 동작 체계로 해석해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세미나를 기획하고 이끈 임신자 교수(경희대 태권도학과)는 “권법보는 단순한 옛 문헌이 아니라 태권도를 비롯한 현대 격투술로 응용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전통 신체 문화의 정수”라며 “지금까지의 연구가 번역과 비교에 그쳤다면, 이번 세미나는 기술적 구조를 몸으로 검증하는 첫 시도”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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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마세에서 오화전신세까지, 28세 전 과정 해제

 

세미나는 권법보에 수록된 28개의 세(勢)를 순서대로 실연하며 각 동작의 형세적 의미와 실기 수행법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말의 고삐를 잡듯 상대의 빈틈을 탐색하는 첫 동작 탐마세(探馬勢)에서 시작해, 손과 발이 꽃처럼 온몸을 감싸며 회전하는 종결 동작 오화전신세(吳花纏身勢)까지가 대상이다.

참가자들은 다리를 들어 상대를 현혹하는 현각허이세(懸脚虛餌勢)의 3회 연속 발차기, 북두칠성의 형상을 딴 칠성권세(七星拳勢)의 양손 쓸어 던지기, 호랑이가 웅크리듯 자세를 낮춰 상하단을 동시에 막는 복호세(伏虎勢) 등을 직접 수행하며 조선 무예의 신체 운용 원리를 체득했다.

 

특히 원문에 등장하는 '세(洗)'의 해석이 쟁점으로 다뤄졌다. 연구회 측은 '씻다'라는 자의(字義)를 넘어, 두 손을 교차해 비벼 튕겨 던지는 기법(칠성권세)과 쓸어 막아내는 기법(기고세)으로 구분해 적용하는 해석을 제시했다.

 

권법보의 연속 동작을 한 장에 도식화한 '권법총도(拳法總圖)' 분석도 함께 이뤄졌다. 각 초식에 표기된 기호를 따라 수련 동선과 연속적 공방 메커니즘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개별 동작이 아닌 하나의 흐름으로서 권법을 이해하는 접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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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뿌리에서 태권도의 미래를 찾다

 

《무예도보통지》는 1790년(정조 14년) 정조의 명으로 이덕무·박제가·백동수 등이 편찬한 조선 최고의 종합 군사 무예서다. 24종의 무예를 그림과 해설로 수록했으며, 이 가운데 제4권에 실린 권법보는 찌르기와 차기 등 실전 기술과 2인 대련 방식을 독창적으로 구성한 조선 고유의 맨손 무술 실기서로 평가된다.

경희대 태권도학과는 1983년 국내 4년제 대학 가운데 세계 최초로 설립돼 태권도 학문화를 선도해왔다. 이번 세미나는 태권도의 역사적 정체성 논의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통 무예 원전에서 기술적 연속성을 찾으려는 학술적 시도로 읽힌다.

 

임 교수는 “원전의 글과 그림, 총보를 바탕으로 손기술(수법), 발기술(각법), 몸쓰임(신법)의 원리를 깊이 있게 분석했다”며 “전통 무예가 현대 무도 체계와 어떻게 창조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모색하는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경희대 권법연구회는 이번 세미나를 정례화해 권법보 실기 복원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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