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학술> 태권도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관리자
2024-03-07



신진학자 양태경 박사 경희대학교 박사학위논문으로 태권도 정체성을 논하다


‘태권도란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것은 태권도 학문의 뿌리를 형성하는 기초작업 중 하나일 것이다. 태권도의 본질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학자들의 다양한 담론과 논쟁이 존재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최근 ‘태권도의 정체성에 관한 문화인류학적 탐구: 동양무예의 공통적 특성과 태권도의 특성비교를 중심으로’라는 양태경 박사의 박사학위논문이 태권도란 무엇인가에 대한 주장을 펴고 있어 관심을 끈다.

지금까지 태권도 정체성에 관한 선행연구들은 주로 역사학과 철학 분야에서 이루어져 왔다. 태권도의 역사를 통해 태권도가 형성된 과정을 파악하고, 태권도 철학을 통해 태권도가 추구하는 가치를 이해함으로써 태권도가 무엇인지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권도 역사학 분야의 연구는 태권도의 기원이 고구려 무용총 벽화에 등장하는 수박(手搏)이나 신라의 화랑도(花郞徒)에 있다고 보는 전통주의 관점과 가라데로 보는 수정주의 관점 두 가지를 중심으로 진행되어왔다. 수정주의 관점이 태권도의 기원을 일본에 두는 데 반해 전통주의 관점은 한국의 순수한 무예라는 관점을 고수한다. 하지만 무용총 벽화에 등장하는 수박(手搏), 각저(角觝) 등 무예의 명칭은 중국에서도 동일한 단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한국만의 순수한 무예라고 주장하기 어려운 점이 존재한다.

조선시대 정조대왕 때 편찬된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 역시 명나라의 기효신서(紀效新書), 무비지(武備志) 등의 영향을 받은 사실이 있기에 전통주의 관점은 중국의 영향을 완전히 무시하고 한국만이 순수한 무예라 주장하기 어려운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즉, 지금까지 태권도 역사학의 관점은 태권도의 기원을 중국이나 일본에 두는 자세를 취해온 셈이 된다. 여기에 가라데가 중국무예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까지 더해진다면 동양무예의 근원이 중국이라 주장하는 중국의 주장을 반박하기 어려운 상황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양박사는 가라데-중국무술의 연관성과 중국무술-인도무예의 연관성에 초점을 두어 동양무예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양박사는 논문에서 가라데가 당수·소림류·소령류 등의 명칭을 사용했던 사실을 통해 명칭에서 스스로 중국무술이라는 점을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당수(唐手)는 당나라의 맨손권법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으며, 소림류와 소령류는 소림사권법, 소령사권법 등의 명칭으로 불린 소림사(少林寺) 무술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가라데를 류큐왕국에 전해준 인물로 가라데 역사에 등장하는 공상군, 아손, 이와, 류류코 등의 중국무술인들의 존재도 가라데와 중국무술의 연관성을 증명하고 있다고 기술하였다. 또한 중국무술이 인도무예와 호흡법, 신체관, 동물을 본뜬 자세, 종교적 성격 등 유사점이 매우 많다는 사실을 통해 중국무술이 동양무예의 시초라고 할 충분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인도무예 역시 기원전 16세기경 인도로 이주한 아리아인의 무예에 기초를 두고 있기에 인도와 아리아 무예의 연관성에 관한 후속연구의 필요성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고구려 각저총 각저도에 서역인이 등장하는 점, 인도 아유타국의 왕비가 금관가야의 여왕이었던 점, 삼국시대 신라의 국교가 이미 불교였다는 점 등을 통해 기원전부터 인도에서 한국에 이르는 광범위한 문화·무예 교류가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하였다. 이렇듯 동양무예는 그 기원을 명확하게 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래된 시간 속에서 영향을 주고받아 왔으며, 동양무예에 속한 태권도 역시 같은 문화권에 토양을 두고 있기에 타 동양무예들과 동일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태권도가 가라데나 중국무술의 영향을 받았고 중국무술은 인도무예에 영향을 받았고 인도무예는 아리아인의 무예에 영향을 받았다면 태권도의 원조는 아리아인의 무예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아리아인들보다 오래된 문명의 무예가 아리아인의 무예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을까? 이러한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질문에 대한 답을 문화전이(文化轉移) 이론에서 찾고 있다. 문화를 받아들이는 행위는 받아들이는 쪽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보아야 할 것이며, 받아들이고 현지화된 결과물은 새로운 문화로 간주하는 것이 문화전이 이론의 핵심이다. 동양무예의 뿌리가 아리아인의 무예까지 이어진다고 가정하더라도 태권도가 아리아인의 무예라는 주장에 동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문화라는 것은 받아들이는 주체에 종속되는 산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태권도를 한국 고유의 무예로 볼 수 있는 이론적 타당성이 성립되는 것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한편, 태권도 철학에 관한 연구는 최홍희 장군(태권도 단어를 만든 인물)의 태권도 5대 정신(예의, 인내, 염치, 극기, 백절불굴) 그리고 유교, 불교, 도교등의 동양사상에 입각하여 연구자마다 각자의 연구결과들을 도출해 왔다. 본 논문에서는 태권도 동작에 내포된 정신적 가치를 찾기 위해 태권도 품새에 나타난 동양사상들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태권도에는 고려, 선배, 태백, 십진, 한수 등의 한국사상과 태극, 팔괘, 평원, 지태, 천권, 천지인 등의 유교, 도교 사상 그리고 금강과 일여 등의 불교사상이 동시에 발견된다고 분석하였다. 유교·불교·도교로 이루어진 동양 3교의 이론에 입각한 무예철학은 중국, 일본 무예에도 공통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인도무예는 기본적으로 힌두교 사상에 기반하고 있지만, 불교가 힌두교의 세계관에 기반한 인도종교이기에 힌두교와 불교의 신체관, 사상, 득도(得度)의 방법론은 유사한 모습을 가진다. 인도의 불교가 중국으로 전파되면서 도교(道敎)의 위치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였고 유교와 불교는 중국이라는 문화의 용광로 안에서 이학(理學)이라는 새로운 교배종(交配種)이 출현할 정도로 혼합되었다. 동양 3교의 혼합이라는 정신적 토양을 가진 중국무술의 정신적 가치 역시 3교가 혼합된 형태로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남소림(南少林) 무술의 영향을 받은 가라데 역시 불교의 금강역사(金剛力士)를 상징적으로 사용하거나 도교(道敎)의 수련장소인 도량·도장(道場)을 무도(武道) 수련장소의 명칭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소림류 가라데의 초기 지도자였던 마츠무라 소콘은 가라데를 지도할 때 공자(孔子)의 가르침과 무도의 가르침이 같다고 지도하기도 하였다. 태권도를 비롯한 인도·중국·일본 무예의 기저에 동양사상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신체활동을 통해 진리에 도달하고자 하는 방법론은 인도의 요가, 불교의 선(禪), 도교의 도인술(道人術) 등에서 나타나는 동양 특유의 문화이기도 하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태권도를 비롯한 동양무예의 수련목적은 신체활동을 통하여 진리에 도달하고자 하는 동양사상을 구현하는 방법 중 하나인 것이다. 인도의 레슬링을 연구한 저명한 문화인류학자인 Josep Alter는 인도레슬링은 삶의 방식이며 진리탐구행위인 요가의 하위개념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동양사상에 기반한 태권도는 신체를 통한 진리탐구 방법 중 하나라고 양박사는 역설한다.

다음과 같은 결론으로 논문은 마무리된다. ‘태권도의 정체성을 규명하기 위해 역사와 철학을 혼합한 문화인류학 연구방법을 통해 연구한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동양사상에 기반한 태권도는 진리탐구를 목적으로 하는 한국 고유의 무예이다.’ 본인의 연구가 태권도 학문에 보탬이 되는 결과이길 바란다며 양박사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마무리하였다.



태권도투데이ㅣ 주소: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덕영대로 1410  

인터넷신문등록번호: 경기 아53895ㅣ등록일: 2023년12월13일

대표: 신창섭ㅣ발행인: 조성균ㅣ편집인: 송정명 ㅣ청소년보호책임자: 이선희

기사제보: taekwontoday@gmail.com 

© TAEKWONDO TODAY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태권도투데이ㅣ 주소: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덕영대로 1410 ㅣ 인터넷신문등록번호: 경기 아53895ㅣ등록일: 2023년12월13일ㅣ 대표: 신창섭ㅣ발행인: 조성균ㅣ편집인: 송정명 

청소년보호책임자: 이선희 ㅣ기사제보: taekwontoday@gmail.com ㅣ © TAEKWONDO TODAY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